코로나19 확산으로 꽁꽁 얼어붙었던 국내 문화예술계가 조심스럽게 한 걸음 한 걸음 내딛는 모습이다. 5월 6일을 기점으로 정부가 코로나19 거리두기 단계를 ‘사회적 거리두기’에서 ‘생활 속 거리두기’로 조정했다. 2월 23일 코로나19 위기경보가 ‘심각’ 단계로 격상된 이후 76일 만이다. 정부의 생활방역 전환에 따라 그동안 닫혔던 미술관, 박물관, 도서관 등의 문이 조금씩이나마 열리기 시작했고 공연장과 극장도 ‘좌석 간 거리두기’를 전제로 관객을 다시 부르고 있다.
안전한 재개관이 이루어질 수 있도록 국립중앙박물관은 직원들을 대상으로 사전에 모의 입장을 시연했다.(사진=국립중앙박물관)
먼저 국립 문화시설을 필두로 민간 시설과 단체들이 서서히 재가동에 들어갔다. 감염 예방을 위해 개인 간 거리 유지(1~2m)가 가능한 범위에서 개인 관람만 허용하며, 시간대별 이용자 분산을 위해 사전 예약제를 실시해 시간당 인원을 제한한다. 마스크 착용을 의무화하고 발열 여부도 확인한다. 이용객은 누리집을 통해 관람 시간, 시간대별 관람 가능 인원, 예약 방법 등을 사전에 확인해야 한다. 국립중앙도서관과 국립어린이청소년도서관은 우편 복사 서비스를, 국립세종도서관은 복사와 대출·반납 서비스를 우선 제공하며 자료실 열람 서비스는 나중에 제공하기로 했다.
발열 검사와 현장 발권 등 줄 서기에 대비해 2m 간격으로 대기 위치가 바닥에 표시돼 있다.(사진=국립중앙박물관)
역대 최저 관객을 경신한 극장가도 조금씩 활기를 되찾고 있다.
영업을 중단했던 일부 복합상영관도 다시 문을 열었다. CGV는 4월 한 달간 36개 상영관을 폐쇄했고 메가박스는 전국 11개 상영관을, 롯데시네마는 직영점 6곳의 운영을 폐쇄한 바 있다. 영화관들은 여전히 고객의 건강과 안전을 위한 충분한 공간을 확보하기 위해 ‘띄어 앉기’는 시행 중이다.
막혔던 신작 개봉도 청신호다. 3, 4월에 나왔어야 할 영화들이 줄줄이 개봉일을 잡고 있다. 물꼬를 트는 건 배우 송지효와 김무열 주연의 <침입자>다. 코로나19 사태로 연기된 지 두 달여 만에 베일을 벗는다. 배우 신혜선의 첫 스크린 주연작 <결백>, 치타(김은영)와 남자친구 남연우 감독이 호흡을 맞춘 <초미의 관심사>도 5월 27일 관객을 만난다.
영화제는 신중을 기하며 대응하고 있다. 당초 일정보다 한 달 늦게 열리는 제21회 전주국제영화제는 5월 28일 ‘무관객’으로 찾아온다. 열흘간 한국 경쟁·국제 경쟁·한국 단편 경쟁 부문 25편만 상영하고, 관계자와 심사위원만 영화를 볼 수 있다. 개·폐회식은 열리지 않고, 해외 초대 손님은 아예 없다. 코로나19가 만들어낸 신풍경이다. 관객의 영화제 현장 체험은 6월 18일 개막하는 제2회 평창국제평화영화제에서 즐겨볼 수 있다. 평창국제평화영화제는 안전을 위해 게스트를 최소화하고 야외 상영을 최대한 늘려 진행한다는 계획이다.
‘생활 속 거리두기’ 시행 첫날인 5월 6일 문을 연 부산 해운대구의 한 영화관에서 관객들이 띄엄띄엄 앉아 영화를 관람하고 있다.
공연계도 서서히 온기를 되찾고 있다. 최근 중단됐던 공연들이 재개하고 신작도 잇따라 막을 올리고 있다. 특히 예술의전당, 국립극장, 고양아람누리 등 국공립 공연장이 재개 소식을 전하면서 분위기 전환을 꾀하고 있다.
공연장들은 방역에도 만전을 기한다. 공연장 내 마스크 착용은 물론 입장 시 발열 여부를 확인하고, 관람 좌석을 지그재그 방식의 ‘한 칸 띄어 앉기’로 배치해 관람객 간 일정 간격을 유지하기로 했다. 입장권 구매도 되도록 온라인으로 사전 예매하도록 유도하고 있다.
코로나19를 계기로 눈을 돌리게 된 ‘랜선’ 공연과 ‘비대면’ 전시 등 온라인 문화생활은 당분간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아직 코로나19가 종식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생활 속 거리두기 이후에도 긴장의 끈을 놓쳐서는 안 된다고 당부했다. 기모란 국립암센터대학원 예방의학과 교수는 “생활 속 거리두기 전환이 코로나19 위험이 없어져 안심하고 일상생활을 해도 된다는 신호로 잘못 받아들여져서는 안 될 것”이라며 “일상과 방역을 함께 해나가야 한다는 뜻으로 대비하고 더욱 안전 수칙을 철저히 지켜야 한다”고 강조했다.
대한민국 정책주간지 <공감>
최예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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