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마다 겨울이면 영하 10도 이하의 기온에서 소리 없이 피어나 바람처럼 사라지는 화원 유리에 맺힌 성에를 추상의 느낌으로 담는 사진가가 있다.
어두운 밤에 생성되고 태양의 빛에 녹아내리는 성에의 흔적을 담은 채종렬의 ‘Window frost’ 사진전이 6월 9일부터 7월 5일까지 안국역 4번 출구 인근의 갤러리 강호에서 열린다. 개관 기념 초대전이다.
채종렬 작가는 겨울철만 되면 기상 상태를 확인하고 설렘으로 성에 꽃이 피기만을 하염없이 기다린다. 성에를 피울 수 있는 온도와 습도가 충족되는 날은 1년에 고작 5일 남짓. 해마다 그런 반복된 시행착오로 지새운 시간만 20년이 흘렀다. 이번 사진전은 이런 기다림의 결과물을 선보이는 시간이다.
채종렬 작가는 이번 전시를 기념해 사진집 ‘Window Frost(하얀나무)’도 출판한다. 그의 첫 번째 성에 작품집인 ‘화양연화(2012, 하얀나무)’에 이은 두 번째 사진집이다.
언론인 신경훈 씨는 “채종렬의 사진들은 공기와 유리가 만나 발생한 자연 현상이라는 무질서한 카오스에서 발견한 생경한 이미지들을 우리 앞에 활짝 펼쳐 놓았다”며 “그의 작품들은 낯설지만 호기심을 일으키고, 불규칙하지만 조화롭고, 모호하지만 감수성을 자극한다”고 말했다.
이어 “관람자들은 설명할 수 없는 힘에 이끌리듯 작품 앞에서 발걸음을 멈추고 시선을 고정하게 된다”고 덧붙였다.
최근 발행한 ‘나도 폰카로 사진작가가 될 수 있다’는 스마트폰 카메라 가이드북의 저자이기도 한 채종렬 작가는 서울시에서 사무관으로 퇴임한 뒤 사단법인 한국사진작가협회 고양지부장을 역임하였고 현재는 고양에서 핸드폰 사진 촬영법을 강의하고 있다.
최예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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