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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난지원금 소비현장 가보니…전통시장 고객 늘고 매출 증가세

20-06-15 10:09

본문

재난지원금1.jpg

코로나19로 발길이 뜸했던 대전중앙시장에 물건을 구입하려는 시민들로 북적이고 있다.

 

‘반짝 효과’ 우려 속에 “대한민국 동행세일로 소비 불씨 살릴 것”

 

전화벨이 울린다. 3개월째 밀린 관리비 독촉전화다. 한달분이라도 내지 않으면 단전이 된단다. 전화기를 내려놓자마자 목이 메인다. 

 

대전중앙시장에서 여성의류를 판매한지 올해로 30년. 춥고 배고프고 서러웠던 시간을 꿋꿋이 이겨내고, 이제는 “살만하다”고 어깨에 힘을 줬던 순간이 주마등처럼 지나간다.

 

청년상인들이 종종 장사비법을 물으면 “라떼는 말이야~”하며 무용담을 곁들여 훈수를 뒀던 때도 떠오른다. 그랬던 최영복(가명)씨는 지난 30년 세월이 무색하게 코로나19 앞에 처참히 무너졌다. 코로나19 초기였던 2월부터 4월까지 그가 운영한 여성의류 매장 매출은 20만원. 

 

동종업계 상인들이 “힘들다, 죽겠다”고 아우성을 쳐도 그는 내색 한번 하지 못하고 혼자서 끙끙 앓았다. 은행 문 앞 까지 갔다가 되돌아 온 것만 수차례.

 

‘더이상 버틸 수 없다’고 판단한 최씨는 결국 가족들과 상의해 폐업을 하기로 결정했다. 폐업 전 파격세일로 단 몇푼이라도 건지자는 마음으로 가게 문을 열던 그날. 이상한 일이 벌어졌다.

 

“파자마 하나 보여 달라”는 단골손님부터 값나가는 숙녀복을 찾는 손님들이 가게 안을 채우기 시작한 것. 고르는 옷은 가지각색이었지만 계산대 앞에서 이들은 모두 신용·체크카드를 내밀었다. 긴급재난지원금이 들어있는 카드다.

 

코로나19로 가계 폐업 후 낙향까지 고려했던 최씨는 “긴급재난지원금이 풀리면서 1일 매출이 450만원까지 올라갔다”며 “폐업 직전에서 구사일생으로 살아난 곳이 우리시장에 3곳이나 더 있었다고 하는데, 긴급재난지원금이 결과적으로 나를, 우리 국민을 살린 것”이라며 눈물을 글썽였다.

 

지난 10일. 3000개의 점포를 보유한 대전중앙시장에서 만난 상인 대부분은 최씨의 상황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소상공인진흥공단이 최근 조사한 코로나19 대비 소상공인 매출액 감소 비율에 따르면 3월 중순 전통시장은 코로나19 확산 전보다 65.5%가 감소했다가 6월 8일에는 27.1%로 급격히 낮아졌다. 재난지원금이 지급된 5월 초를 기준으로 꾸준하게 호전된 것이다.

 

재난지원금2.jpg

대전중앙시장 내 노점이 간단한 음식을 먹으려는 손님들로 활기를 띠고 있다.

 

중앙시장에서 침구매장을 운영하는 신씨도 코로나19로 어려움을 겪다 재난지원금이 풀리자 숨통이 틔인 케이스다. 
 
코로나19로 1일 40만원의 매출을 간신히 넘기던 신현학씨는 “가을, 겨울 이불이 없어서 못 팔 정도였다”며 “쇠고기는 유통기한이 있지만, 침구는 한번 사면 오랫동안 쓸 수 있어 여윳돈이 있을 때 바꾸려는 심리가 작용했던 것 같다”며 재난지원금 효과를 톡톡히 누렸음을 인정했다.
 
특히 이불 공장이 밀집한 대구에서 코로나19 여파로 생산량이 많지 않아, 창고에 재고를 쌓아둔 가게는 재고정리와 함께 매출 수직상승이라는 두마리 토끼를 잡았다는게 신씨의 설명이다.
 

신 씨는 “전국에서 이불 대란이 일어날 정도였으니 체감이 확실했다”며 “가격부터 물었던 손님들이 이제는 이불의 품질과 브랜드를 따지는 미세한 변화도 감지된다”고 말했다.

 

이같은 반응은 정육점에서도 확인할 수 있었다.

 

대전 도마시장 길목에 위치한 한 정육점. 쇠고기 손질에 한창인 박 씨에게 60대 한 여성이 반갑게 눈인사를 한다. 그리고 이어진 한마디.

 

“사장님이여~가격 생각말고~이 집에서 제일 좋은 쇠고기 함 뵈주이소.”

 

긴급재난지원금이 풀리기 전만해도 g단위로 소량의 고기를 사가던 단골손님들이 갑자기 통(?)이 커졌다고 박씨는 말한다.

 

그는 “재난지원금을 받기 전에는 500g의 고기를 6000~8000원에 사서 드셨던 분들이 이제는 최고급 부위를 한 두근씩 기분좋게 사간다”며 “돈이 풀리니까 확실히 시장에 활기가 도는 것 같다”며 함박웃음을 지었다.

 

정부의 재난지원금이 전통시장 매출 증가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사실은 지표로도 확인되고 있다.

 

행정안전부가 최근 8개 카드사(KB국민, 농협, 롯데, 비씨, 삼성, 신한, 하나, 현대)의 지난달 11∼31일 신용·체크카드 긴급재난지원금 사용 현황을 분석한 결과, 재난지원금 지급 전보다 전통시장 매출액은 20%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상인들만 웃은건 아니었다. 재난지원금을 받은 시민들의 표정도 밝았고, 물가 걱정 탓에 가벼웠던 장바구니는 평소보다 무거웠다.

 

재난지원금3.jpg

대전중앙시장 내 반찬가게에 ‘정부 긴급재난지원금 사용처’라는 문구를 담은 안내문이 부착돼 있다.

 

건어물 가게에서 만난 이기혜 어르신은 오랜만에 미역을 구매했다. 빠듯한 살림에 집 근처 슈퍼에서 몇천원짜리 미역을 사다 먹다 이번엔 당당하게 “최고 좋은 놈(미역)”으로 달라며 재난지원금이 충전된 카드를 내민 것.

 

이 어르신은 “정부가 주는 돈으로 솥단지도 사고, 생선도 샀다. 할아버지가 생전에 생선을 참 잘 잡쉈는데, 혼자 먹으려니까 마음이 안 좋다”며 “구십평생 살면서 정부가 경제 살리겠다고 돈을 푼 것은 생전 처음보는데, 참 잘한 일”이라고 말했다.

 

반찬가게에서 만난 우정미씨도 평소 먹고 싶었던 반찬을 평소보다 3배 많은 양을 구매했다. 코로나19로 집에서 밥을 먹는 날이 많아지면서 평소보다 반찬 구입량도 대폭 늘렸다.  

 

우씨는 “재난지원금이 들어오니까 확실히 씀씀이가 커진것 같다”며 “재난지원금 받고 개인 돈을 더 썼으니, 1등 국민 아니냐”며 웃었다.

 

하지만 현장에서는 재난지원금 사용이 끝나면 소비가 다시 위축되지 않을까 우려하는 목소리도 적지 않았다.  

 

구범림 대전상인연합회장은 “국민의 60%가 재난지원금을 거의 사용해서 반짝 효과로 끝나지 않을까 걱정스럽다”며 “모처럼 살아난 소비 불씨가 꺼지지 않고 활활 탈수 있는 유인책이 있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에 정부는 소비심리가 위축되지 않도록 오는 26일부터 7월12일까지 전통시장과 유통업계가 참여하는 대한민국 동행세일로 여세를 몰아가겠다는 계획이다.

 

조봉환 소상공인시장진흥공단 이사장은 “이번 동행세일에 전통시장과 상점가 633곳이 참여해 다양한 마케팅 활동과 더불어 고객이 직접 참여하는 이벤트까지 다양한 볼거리를 준비돼 있다”며 “동행세일이 중소상인들을 살리고 경기를 활성화시킬 수 있는 소비불씨가 될 것”이라며 적극적인 참여를 당부했다. 

<자료출처=정책브리핑 원세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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