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 성호 정치학박사
“공짜 점심은 없다”(There ain’t no such thing as a free lunch). 이 말은 자유경제학자인 밀턴 프리드먼(Milton Friedman)의 명언으로 알려져 있지만, 실제로는 그렇지 않다. 밀턴 프리드먼이 이 문장을 애용했을 뿐이다. 암튼 이 말 속에 내재된 의미는 노력 없이 대가를 바라지 말라는 것이다. 즉 아무 것도 하지 않으면서 무엇인가를 얻는다는 것은 불가능하다는 것이다. 이와 닮은 듯 보이는 게 ‘주고 받기’(Give-and-Take)이다. 이것은 하나를 주면 그에 상응하는 것을 받아야 하고, 하나를 받으면 그에 상응하는 것을 주어야 한다는 것이다. 이 두 개의 글귀들은 우리의 일상에서뿐만 아니라 국가들 간의 외교관계에도 흔히 적용되는 이치이다.
예로부터 유교는 오복(五福)을 말하여 왔다. 오복(五福)은 인간이 누려야 할 다섯 가지의 복(福)이다. 그것들은 수(壽), 부(副), 강녕(康寧), 유호덕(攸好德), 고종명(考終命) 등으로, 그 중에서도 으뜸은 바로 수(壽)이다. 수(壽)는 무병장수(無病長壽)에 대한 소망을 담고 있다. 생명체에게 있어서 최고의 가치는 자신의 생명을 보호하고 유지하는 것, 즉 생존하는 것이다. 온갖 복(福)들이 주어져도, 그 어느 것과도 바꿀 수 없는 복(福)이 무병장수(無病長壽)하는 것이다. 이 점 때문에 오복(五福)들에서 수(壽)가 최고의 복(福)으로 여겨지는 것이다.
국가도 마찬가지이다. 건국(建國)하자마자 국가는 자신의 생존보장을 최고의 가치로 삼는다. 이를 위한 최선(最善)은 오롯이 자국의 능력에 의해 생존을 보장하는 것이다. 차선(次善)은 다른 국가의 도움으로 취약한 자국의 능력을 보완함으로써 생존보장을 실현하는 것이다. 이것이 바로 동맹관계의 수립이다.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역사적으로 동맹(alliance)은 가장 보편적인 국가안보의 수단이자 안보외교의 기본유형이었다.
대외적으로 국가는 철저하게 국가이익의 보호와 증진의 관점에서 행동한다. 동맹의 참여여부도 국가이익의 차원에서 결정된다. 국가이익은 동맹관계를 통하여 동맹이익으로 표출된다. 동맹이익은 동맹관계로부터 얻거나 누릴 수 있는 유무형의 것들을 말한다. 동맹이익이 자국의 국가이익에 기여하거나 부합될 때, 국가는 다른 국가와의 동맹관계를 형성하고 유지한다. 그리고 동맹관계는 국가이익의 시각에서 ‘주고 받기’(Give-and-Take)의 원칙에 의하여 작동된다. 외교관계에서 어떠한 국가도 밑지는 장사를 하지 않는다. 그래서 동맹에 참여하는 국가는 동맹이익을 누리는 만큼 그에 상응하는 책임과 의무를 부여받게 되는 것이다. 다시 말해서 동맹(alliance)은 공짜가 아니라는 것이다.
국제정치에서 국가는 매우 이기적인 행위자이다. 국가는 가능하다면 동맹의 책임과 의무를 회피하고, 동맹이익을 최대한으로 얻고자 한다. 심지어 국가는 서슴없이 무임승차를 하고자 한다. 그러다 보니 ‘방기’(abandonment)와 ‘연루’(engagement)의 위험이 발생할 수 있다. ‘방기’(abandonment)는 동맹 파트너에 대한 책임과 의무를 회피하려는 것이고, ‘연루’(engagement)는 동맹 파트너의 이익을 위해 원치 않는 갈등이나 분쟁에 빠져들어 자국의 국익을 훼손시키는 것을 말한다. ‘방기’(abandonment)와 ‘연루’(engagement)의 위험이 깊어질수록 동맹 참여국들 상호 간의 불신은 커질 수 있다. 그럴 때 동맹 참여국은 ‘방기’(abandonment)와 ‘연루’(engagement)의 위험을 상쇄하려고 한다. 이를 위하여 동맹 참가국들은 제각각 다른 대안을 모색하게 되는 것이다. 이로 인하여 기존 동맹관계는 기능과 효능의 저하로 결국 무용지물로 전락될 수도 있는 것이다. 한마디로 동맹(alliance)은 절대불변이 아니라는 것이다.
한국외교에 있어서 중심축은 의심할 여지없이 한‧미 동맹이다. 1953년 한미상호방위조약이 체결된 이후 한국사회에서 한‧미동맹은 언제나 ‘뜨거운 감자’이었다. 실제로 지난 대선기간 중에 한‧미동맹을 둘러싸고 재건이냐 강화냐는 소모적이지만 뜨거운 논쟁이 대선판을 후끈 달아오르게 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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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까지 남북한이 군사적으로 대치해 있고, 지정학적으로 한반도에 이해가 걸린 중국, 러시아, 일본 등이 아직도 기세등등하게 자리잡고 있다. 이러한 상황 하에서 한‧미 동맹은 앞으로도 국내뿐 아니라 동북아지역에서 초미의 관심사로 부각될 수밖에 없을 것이다. 이와 함께 향후 대내‧외적 조건 및 환경의 변화로 인하여 한‧미동맹은 그에 대응하여 조정되고 변화할 것이다. 우리 사회는 이에 슬기롭게 대처하기 위해 끊임없이 고민하고 논의해야 할 것이다. 동맹은 공짜가 없고 절대불변이 아니라는 것이 그 출발점이 되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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