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인권위원회의 최근 발표에 의하면 구속된 피의자의 경우 강력사범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절반 이상이 수갑·포승을 채운 채 조사를 받은 것으로 확인됐다. 전국 6개 수감시설에 수용된 피의자 150명(살인, 강간, 마약사범 등 강력사범 제외)을 대상으로 직권조사를 실시한 결과, 경찰 단계에서 56.7%(85명), 검찰 단계에서 76%(114명)가 수갑·포승을 채운 상태에서 조사를 받은 사실이 확인되었다.
수갑·포승을 채우는 것은 그 자체로 인권을 침해할 소지가 크고, 이러한 상태로 조사를 받으면 심리적으로 위축되어 방어권 행사에 어려움이 발생할 수 있다. 헌법재판소는 이미 2005년에 검사실에서의 계구(수갑·포승) 사용을 통한 조사와 관련하여, 구속된 피의자라는 이유만으로 계구 사용이 당연히 허용되어서는 안 되고, 분명하고 구체적인 필요성(도주, 폭행, 소요, 자해 등)이 있을 때 필요한 만큼만 계구를 사용할 수 있다고 판단했다. 대법원에서도 최근 반드시 필요한 상황이 아닌데도 계구를 사용하여 구속 피의자를 조사한 경우 국가배상책임을 인정했다.
대한변협은 오랫동안 여러 간담회를 통해 구속 피의자 조사 시의 과도한 계구 사용에 대한 문제점을 지적하고 대책 마련을 촉구한 바 있다. 대한변협의 이런 노력과 법원의 판결에도 불구하고 아직까지도 계구를 채운 채 조사를 하는 낡은 수사관행이 개선되지 않은 것이 확인되어 매우 유감이다. 이번 국가인권위원회 조사 결과를 계기로 그 동안의 잘못된 수사관행이 시급히 근절되고, 법령상의 명확한 근거규정 마련을 통한 제도개선이 이뤄져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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